관람기 같지 않은 434회 관람기
  • 등록일2015.03.31
  • 작성자장인준
  • 조회1568
한동안 울적한 마음이 계속돼서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이나 들을 겸 오랜만에 하콘을 방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갔을 때는 여전히 매봉역 쪽에 위치해 있었고

온 세상이 울긋불긋해지던 가을이었으니 거의 반년 만에 찾은 셈입니다.

태어나서 세 번째 가 본 대학로는 역시나 낯설더군요.

예전 안락한 느낌의 율스튜디오의 입구와 달리

마로니에 공원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예술가의 집은 더더욱 낯설어 보였습니다.

시작까지 20분이나 남아서 혼자 뻘쭘하게 있어야하나...라 생각했지만

원래 뻘쭘하게 있는 걸 잘하는 편이라 생각보다 시간은 짧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박창수 선생님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공연의 시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건물 바로 옆 광장에서 밴드 공연을 하네요.

저희야 그냥 마음의 귀를 조금 닫은 채로 공연에 집중한다면 할 수 있지만

괜스레 연주자분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창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 따라 춤도 추는 여유로움도 보이시는 등

그건 결국 짧게 생각한 제 넓은 오지랖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이미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공연에는 이 4가지 요소가 서로를 충족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자신의 퍼포먼스를 자신의 색깔로 (또는 곡에 맞게) 표현해낼 줄 아는 연주자의 능력.

그리고 그 연주자의 단련된 움직임에 따라 실제 그 연주 소리를 생성하게 될 악기가

연주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연주자와의 조화/부조화에 따라 어떤 에너지를 내보낼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세 번째로는 언급된 것들과 동등하게 중요하면서도 종종 잊혀지기도 하는 공연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우스 콘서트를 애용하시는 많은 분은 공연장소의 중요성, 더 좁혀서 말하면

예술의 전당 같은 거대한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아닌 예술가의 집 같은 장소에서의 소규모 공연장이 제공하는,

스피커를 통해서가 아닌 어쿠스틱 음향을 통해 연주자와 악기의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직접 듣는 데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그 누구보다도 인지하고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주 소리와 더불어 연주자의 숨소리, 몸동작, 피아노 검은 빛 표면에 비치는 손가락들과

현악기의 갈색빛을 활보하는 활들의 움직임, 악보 페이지 넘기는 소리 하나하나까지 감지할 수 있는 거리에서

바닥에 앉아 연주자의 존재감과 악기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공감각적 체험은

공연기획자분들이 이를 위해 특별히 의도한 공간이 아니면 불가능한, 연주자와 그리고 공간과 함께 진정으로 음악과 한몸이 되는 경험입니다.

 

마지막 요소는 아무래도 관객들이 아닐까 합니다.

극장이나 공연장에서 휴대폰 소리와 불빛들이 난무하는 사례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지만,

하우스 콘서트에 오시는 많은 관객분들 대부분은 예의 바르고, 무엇보다도 연주자, 스탭, 관객분들을 배려할 줄 알고

하우스 콘서트 공연이라는 경험을 감사할 줄 아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악을 음악 그 자체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분들이기도 하겠고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멋진 공연을 봐서 즐거웠고, 박창수 선생님의 공연 후 말씀도 기억에 남고,

매일 같이 이 4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공연의 정의에 들어맞는 공연을 위해

수고해주시는 스탭분들에게 감사하기도 해서 모자라지만 두서없이 끄적여 봤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공연 보러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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