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7회 콘서트 관람기
- 등록일2015.11.18
- 작성자나민주
- 조회1633
저는 평소에도 현악 연주에 관심이 많았지만, 학생 신분으로서 비싼 연주회비를 마련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언젠가 꼭 돈 모아서 가야지.’, 라고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던 학생입니다. 그러던 와중, 지인을 통해 ‘더 하우스 콘서트’를 알게 되었고, 지인의 초대를 받아 이번 467회 콘서트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제가 알고 있었던 현악4중주 연주회와는 다르게, ‘더 하우스 콘서트’는 공연장에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는 점, 관람객은 방석을 깔고 바닥에 앉아 연주자를 둘러싸고 연주를 듣는 방식이라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연주자가 관람객보다 높은 위치에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인 위치에서 연주함으로써, 연주자와 관람객의 소통을 지향하고자 하는 ‘더 하우스 콘서트’의 철학이 느껴졌던 부분이었습니다.
방석 위에 편하게 앉아 대기하다가 8시가 되자 연주가 시작되었는데, 첫 곡 ‘Italian Serenade'는 고음을 연주하는 제1바이올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당히 고음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하면서도 낭만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이 곡에서 조금 특이하다고 느꼈던 점은 제2바이올린도 제1바이올린처럼 연주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때서야 나눠주신 팜플릿을 읽어보았는데, ‘아벨 콰르텟’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구분을 두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로 연주한다고 적혀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두 번째 곡 ‘Divertimento'는 희유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율이 복잡하면서도 재미있게 구성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선율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작곡가는 왜 이런 선율로 곡을 구성한 건지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곡의 중반부터는 화려한 연주에 홀려 곡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연주자님들께서 활을 빠르게 움직여 강하고 낮은 소리를 내실 때의 울림은 아직까지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또, 피치카토만으로 연주하신 부분도 있었는데, 활을 쓰지 않고 줄을 튕기는 피치카토만으로도 곡이 구성될 수 있다는 건 이번 기회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첼로와 비올라, 그리고 바이올린 두 대가 박자에 맞춰 함께 피치카토로 연주될 때 저도 모르게 몸이 들썩이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을 만큼, 연주가 경쾌하고 활기찼습니다.
하지만,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곡은 두 번째 앙코르곡, 마지막 곡이었습니다. 앞서 들었던 세레나데나 희유곡 같이 개성 넘치는 곡은 아니었지만, 부드럽게 연결되는 음들을 느끼며 이 곡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슬픈 영화를 보거나 슬픈 음악을 듣거나 슬픈 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저였는데, 이 곡을 들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앞선 곡들에서는 곡이 끝나면 박수를 크게 치는 게 부끄러워 아주 작게 쳤었는데, 마지막 앙코르곡이 끝나고 연주자님들께서 일어서셨을 때는 이런 연주를 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담아 크게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곡이 끝나고 열린 와인파티에서는 연주자님들께서도 참여하셔서, 비올리스트분께 사인도 부탁드리고, 감상평도 쓰고, 치즈와 여러 가지 안주에 곁들여 와인도 마실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치즈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글을 맺으며.
저는 집에서 클래식을 들을 때에도 많아봐야 몇 분 정도씩 끊어 듣곤 했었던 지라, 긴 호흡의 연주에 집중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었는데, 한 순간도 연주자님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을 만큼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걱정은 괜한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또, 실내 공연장에서 현악 연주를 듣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활의 움직임에 따라 느껴지던 바닥의 진동과 몸의 울림까지도 놀라웠고, 아직까지도 그 느낌이 생생합니다.
월요일 저녁, 2시간 동안의 기억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좋은 연주를 들려주셔서, 좋은 연주회를 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언젠가 다시 그곳으로 가서 연주를 듣고 오고 싶습니다. 잊지 못할 겁니다.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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