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3회 하콘(박창수 선생님) 관람후기!
- 등록일2016.03.23
- 작성자김정준
- 조회1712
월요일 공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은 제 생일이었기에 나 자신에게 생일선물을 주는 것으로, 그동안 궁금했던 박창수 선생님의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던 날입니다.
그동안은 드문드문 스태프로 왔던 곳이지만 관객으로서는 처음으로 하콘을 찾았습니다.
갑자기 제가 손님이 되니까 뭔가 재밌더라구요. 자칫 신발을 정리하고 방석도 정리할뻔했어요.... 공연중에 손에 카메라가 없으니 허전하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듣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본 적이 있었을까요. 처음이라 마냥 모든게 신기했던 까닭에 들떴었죠.
피아노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피아노가 이렇게 소리칠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마냥 세게 내려친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큰 소리를 내진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울림에도 촛불은 작아서 별로 흔들리지않던게 꽤나 기억에도 남았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 바닥의 울림을 느껴보려고 방석을 치우고 계속 앉아있다가 눈을 감고 손바닥도 대어보고 방안에서 울리는 소리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라고들 하죠. 공간에 있는 공기를 모두 춤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소리를 잘 다룬다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라면, 청각은 궁극적으로는 촉각이 아닐까요. 이 생각을 해보니 말그대로 노래가 몸으로 들려왔습니다.
이렇게 온 몸으로 전해져와서 기억되는 음악이 선생님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었을까요? 이런 느낌으로 몸에 기억되었던 추억이라면, 평생 잊지못해서 자택의 문을 열어 콘서트를 여실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을 움직이고 공기를 주무르는 음악, 마음이나 머리보다도 몸으로 먼저 찾아오는 음악이란 지금까지 못보고 놓친 세계만 같아서 놀라웠어요. 앞으로도 이런 느낌을 다른 공연에서도 찾아볼 수 있겠죠?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음악을 잘모르고, 악보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B나 E, 장조나 단조를 왔다갔다 하시면서 뭔가 체계가 있었다 설명하실때는 그걸 놓친것 같아서 아쉬웠습니다.
제가 몰라서 놓치는것이니 제 자신에게 아쉬울 수 밖에요. 그런데도 공연은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더라도 저는 충분히 행복했고, 좋은 음악을 들었고, 많은걸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의도하신 바를 발견하고 느끼지못해서 죄송한 마음도 들었지만 용서해주실거라 믿어요 ㅎㅎ....
제가 공연에서 만나뵌 선생님은 화나신것 같기도, 호기심 많은 음악가 같기도, 소리를 찾아 떠난 여행자같기도 했습니다.
제 생일의 마지막을 새로운 공연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지은건 너무 멋진 일이었고, 공연 자체로도 너무나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반년동안 품어온 호기심이 상상이상의 해답으로 풀려서 개운했어요.
정말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콘,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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