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월요일 밤을 선물해 준 남경윤 재즈 트리오
  • 등록일2017.04.26
  • 작성자Y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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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동경하지만, 잘 모르고,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진짜 모른다.

음악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전공일 뿐더러 겨우 음치나 박치 수준을 면하는 나로서는 연주 공연이 어려웠다.

미술도 음악도 다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하니 더 어렵게 느껴졌다.

왠지 고급 관람객을 위한 자리라는 느낌에 선뜻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교양 과제로, 친구 초대로, 가끔은 지적 허영심에 억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러다 아르코 메일링을 통해 재즈 트리오 공연을 보게 되었다.

예약이라도 해 두어야 미루지 않고 갈 텐데, 당일 접수라는 것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하우스 콘서트라는 게 신기했다.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치면서 '예술가의 집'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우리나라에 하우스 콘서트가 있다는 것도 새로웠고, 입장료가 2만 원인 것도 감사했다.

음악을 잘 모른다고 안 가 보기엔 이 모든 것이 궁금했고, 음악을 좋아하긴 하니까...라며 용기를 냈다. 안 가 본 곳이고 어떨지 몰라 같이 가자고 누구에게 청하기도 어려워 정말 용기있게 혼자서 갔다.

머릿속에 그린 하우스 콘서트는 고급 관람객을 위한 것일 듯해서 원피스까지 차려 입고 화장도 열심히 하고 갔다.





콘서트는 정시에 시작했고 소개하시는 분이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셨다.

(담임 선생님께서 일찍 온 학생들을 앉히고 왜 지각하고 그러니, 안 온 애들 좀 봐라, 하시는 느낌이라 추억이 새록새록한 시작이었다.)

난 예약도 안 하고, 그러니까 약속이 없이도 스스로 온 사람들이 신기했는데!

하지만 공연이 지나갈수록 왜 그렇게 아쉬워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콘서트장과는 전혀 다른 정말 음악을 몰라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난한 소설가 지망생이라 CD를 사진 못했지만, 남경윤, 서미현, 김영후의 곡들을 음원 누리집에서 몇 곡 구매했다.

(그만큼 공연이 좋았다!)

그리고 음원으로 듣는 것도 좋지만, 콘서트를 따라갈 순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No regrets로 시작한 재즈 트리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곡마다 짧은 설명이 있었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 곡을 왜 썼는지, 왜 재즈를 선택했는지, 왜 uptempo를 하고 싶은지...

그래서 재즈를 몰라도, 즐길 수 있었다.

음악 흐름에 따라 감정이 흐르고, 정말 재즈는 연주자에 따라 다르다더니 세 분의 연주는 정말이지 월요일 밤에 자유로움을 선물해줬다.



피아노 건반 하나, 베이스 줄의 흔들림, 드럼 스틱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눈으로, 귀로, 몸으로 들리는 하우스 콘서트.

왜 진작 몰랐을까 싶다.

게다가 와인 파티도 있다!

재즈라 인터미션부터 와인을 주셨는데, 진짜 근사한 월요일 밤이었다.



진작 몰랐던 게 아쉽고, 앞으로 계속될 거라 감사하다!

이젠 누구에게라도 같이 가자고 초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초대하고 싶다!

(참고로 바닥에 앉기 때문에 청바지를 입어도, 편하게 음악을 즐길 마음으로만 가면 되는 듯하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간 듯...;;)



예술이 어려운 게 아니라, 가까이에 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하우스 콘서트가 너무 많이 알려져서 번잡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과 많은 사람이 애정을 갖게 되어 지속되었으면 하는 이중적인 마음을 남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