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음악을 괴상한 자세로 감상하니 즐겁고도 괴로웠다. 이하느리
- 등록일2026.03.09
- 작성자이경옥
- 조회37

오늘 이하느리 더하우스 콘서트에 다녀왔다.
이하느리 음악을 좋아해서 공연은 종종 보러 갔지만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가까이서 듣는 건 처음이라 꽤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클래식 애호가는 아니다. 그래서 현대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는 편도 아니다.
지난 부산 공연에서 어떤 할머니가 “이하느리 작품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에 이하느리가 “좋은 음악을 더 많이 들어보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하느리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감정을 깊이 느끼는 수준은 아니다.
대신 내가 느끼는 건 조금 다른 종류의 재미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리들이 갑자기 조화롭게 들리기도 하고, 또 일부러 어긋나기도 한다. 그 소리를 듣다 보면 감정을 느끼기보다는 어떤 장면들이 떠오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풍경 같은 것들.
이하느리 음악이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 자체가 예상 밖이라는 점이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큰 공연장에서 멀리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오늘은 바로 앞에서 보니까 악기를 긁고 두드리고 예상 못한 방식으로 소리를 만드는 모습이 다 보였다. 그게 꽤 흥미로웠다.
오늘은 남편도 같이 갔다. 내가 계속 이하느리 이야기를 하니까 궁금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듣는 건 처음인데 꽤 즐겁게 감상한 것 같다. 얼마나 인상 깊었는지 집에 와서는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손으로 내 폼롤러를 긁고, 입으로 “뿌빱뿌빱” 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음악 실험 중인 것 같다 ㅋㅋ
하우스 콘서트는 이름 그대로 가정집 거실 같은 분위기라 관객들이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연을 본다.
문제는 우리 둘 다 허리 디스크 환자라는 것.
결국 둘이 괴상한 자세로 몸을 구겨 넣은 채 공연을 봤다.
그런데 연주되는 곡들도 아무튼 꽤 괴상해서(좋은 의미로) 괴상한 자세로 앉아 감상하는 것조차 왠지 작품의 일부 같아서 좀 웃겼다.
이우환 작품도 어찌보면 돌 몇 개, 철판 몇 개 그냥 갖다 놓은 건데 나는 그걸 보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
그러니까 어쩌면 이하느리 말처럼 좋은 음악을 더 많이 듣다 보면 현대음악도 언젠가는 울다가 웃다가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뿌빱뿌빱 단계지만.
오늘 괴상한 음악을 괴상한 자세로 감상하니 즐겁고도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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