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제217회 하우스콘서트 | 연극 '사라치'
- 일자
- 2009-03-27
- 시간
- 20:00
- 출연
- Ota Shogo(작), 남명렬(연출), 남명렬(출연), 김선희(출연), 박창수(음악, 2000년 작곡)
- 장소
- 광장동 클래식 뮤테이션 지도보기
- 관람료
- 일반 20,000원
- 문의
- 02-576-7061, 010-2223-7061
제217회 하우스콘서트 - 연극 '사라치'
일 시 | 2009년 3월 27일(금) 8시
작품명 | 사라치(Sarachi, 1992년 작)
작 | 오타 쇼고(Ota Shogo)
연 출 | 남명렬
출 연 | 남명렬, 김선희
음 악 | 박창수(2000년 작곡)

PROGRAM
사라치(SARACHI) 에 대하여
사람들은 누구나가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묻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에도) 우리들은 자신을 형성하고 있다 고 생각하는 여러가지 것들이 없어져버린 상태로 황야의 밤하늘 아래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았던 집이 해체되어 모든 것이 없어져 버린 공터에 서서, 이 연극에 등장하는 부부는 그러한 체험을 하게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의 밤하늘 아래에 달랑 놓여진 것 같은 체험 말입니다. 거기서 자신들의 의미를 생각하고, 무언가 답을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애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라치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그리려고 한 작품입니다.
-위 글은 2000년 서울 국제연극제에서 공연하며 프로그램에 게재한 오타 쇼고의 글로, 일본 연극의 거두,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그는 2007년 향년 67세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사라치(SARACHI) 줄거리
한 중년 부부가 오랫동안 살았던 집을 부수고 지금은 빈터가 된 사라치(更地) 를 찾아온다. 빈터에는 창틀이나 싱크대 등, 지난날 생활의 흔적들이 널려 있고 지 붕이 없는 하늘에는 별들이 빛나고 있다. 사라치는 이런 장면에서부터 시작 한다. 그리고 이 부부의 생활 인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빈터에서 각자의 인생과 기억과 둘이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본다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 구조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의 작은 일들과 기억들, 사소한 대사를 엮어서 구성한 사라치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사회적 가치로서의 인간의 틀에서 벗어난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모습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잊어버린 인간존재, 인간 하나하나의 존재와 삶, 그 관계를 비춘다. 어느 날 중년이라 불리워진 어른들에게는 지난 삶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로 페이소스를 즐길 수 있고 아직 젊은이라 할 수 있는 이들에겐 진정한 삶의 희망, 혹은 그 의미를 생각게 하는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작품이다.
PROFILE
Ota Shogo | 오타 쇼고
극작가 이면서 연출가. 학교법인 우류야마 학원 교토조형예술학교 예술학부 교수역임. 1968년 극단 전형극장 설립. ‘물의 정거장’ ‘땅의 정거장’ ‘소정풍전’ ‘포옹왈츠’ 등, 신체성과 침묵을 축으로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일본 현대 연극의 한 획을 그었다. 또, 해외에서도 일본을 대표하는 연출가로써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88년 침묵극 ‘물의 정거장’ 을 공연(서울연극제)해서 인간의 존재에 접근하는 연출로 큰 감동을 주었다. 89년 극단 전형극장으 해체. 그후, 연극집단엔의 ‘’ ‘SARACHI’ 등을 쓰고 연출했다. 그 외의 일본, 독일 공동 프로젝트 ‘WIND(바람의 정거장)’, 한중일 공동 프로젝트 ‘물의 정거장2’ 등, 해외 연극인들과의 공동작업을 하였다.
90년 후지상와시 쇼난다이 문화센터 시민 씨어터 예술감독, 94년 긴키대학 문예학부예술학과 교수, 2000년부터는 교토조형예술대학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하였다.
남명렬
1993년부터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살고 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부투소프의 갈매기, 프루프, 노이즈 오프, 다우트, 페드라, 사랑은 흘러간다, 에쿠우스, 아가멤논, 바다와 양산, 지차트콥스키의 갈매기, 보이체크, 선셋대로, 사물의 왕국, 보리스를 위한 파티, 레퀴엠, 첼로와 케찹, 불 좀 꺼주세요, 사라치 등이 있다. 수상내역으로는 영희연극상,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신춘문예연극제 연기상, 대전연극제 연기상, 충남연극제 연기상,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로표창 등이 있다.
김선희
[신궁] [사람의 아들] [신의 아그네스] [출구 없는 방] [불편한 밀월]
[연극리뷰]"사라치" 황혼녘 중년에 큰 울림 주는 인생드라마
일본 연극계의 대표적인 연출자 오타 쇼고의 ‘사라치(更地)’는 92년 초연된 작품이다. 제목은 이전에는 집이나 건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빈터를 가리킨다. 95년 고베 지진의 충격 속에서 일본인들이 자주 사용하게 된 단어다.
‘사라치’는 제목의 그 공간을 매개로 시간과 만나고, 다시 인간의 존재를 어루만진다. 이 작품은 일본 전통극 노(能)를 연상시키듯 느리게 전개되지만, 인간의 숨결이 가득하다. 스스로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울림이 더 클 작품이다. 이 점에서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로버트 윌슨, 리 브루어 등의 서구 실험극과는 선을 긋는다.
기계음이 울리는 가운데 처음으로 눈에 띄는 것은 횡으로 늘어선 창틀 블록 싱크대 화분 등 옛 집의 잔해. 언젠가 이곳에서 살았던 중년 부부가 이곳에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체취가 남아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찾아 내면서 어린 시절부터 황혼녘이 더 가깝게 된 중년의 인생까지 기억을 더듬어 간다.
오타 쇼고에게 시간은 별 사건도 없는 이야기를 흥미롭거나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실제 차분하고 진지하게 역할을 소화한 두 배우의 대사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세상도 알고 두 사람도 아는 것은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전쟁이나 큰 사건처럼 그것은 역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세상에서는 모르고, 두 사람만 알고 있는 사적인 기억은 과연 존재했던 걸까”라고. 특히 부부간의 내밀한 기억에 집착하는 한 여자의 모습은 살을 섞으면서 부부로 살아간다는 게, 나아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허무함을 전달한다.
그래서 이들이 잔해 속에서는 끄집어내는 물건들은 남들에게는 하찮은 쓰레기일 수 있지만, 둘에게는 의미 있는 ‘인생의 소품’으로 존재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