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하우스토크 | 이병훈(연극 연출)
  • 등록일2015.12.02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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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5년 11월 18일(수) 8시 
출연: 이병훈(연극 연출가)

지난 하우스토크는 연극 연출가 이병훈과 함께 했습니다. 이병훈은 하콘의 박창수대표와 띠동갑으로 예순이 넘은 나이지만 연출가로서의 엄격함과 순수한 열정을 지키고 있어 마치 20대 청춘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연극은 저에게 정말 소중해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허망한 일이거든요, 연출은 남는게 아니고 그 순간이 지나가면 기억 속에만 남아요. 이 찰나를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흔히들 공연예술을 ‘바람에 새긴 문자’라고들 하죠. 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마음에 새기면 엄격해져요. 소중한 순간은 수없이 지나가는데 그걸 어떻게 신성하게 남아있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죠.”

예순이 넘은 나이가 거짓말 같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끊임 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연출가이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으며 일명 ‘곤조’로 가득차는 ‘자기독재’를 경계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는 철이 들면 안되는거예요.”

물론 무대에 흙을 붓고, 영하 13도에 산에서 시연회를 하던 30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는 스스로 변절자가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연극의 꽃은 배우에요. 연출가는 숙명적으로 배우를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죠. 영원한 타인이에요. 연출가에게 배우는 저를 투영하는 숭고한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연출가의 권한은 무대에는 없어요. 오직 연습실에서만 있어요. 공연을 시작하면 끝이에요. 친정엄마가 딸을 시집 보내고 ‘잘 살아야 할텐데…’하는 마음으로 배우가 무대에오르는 것을 지켜봐요.”

그는 연출가로서 배우를 엄격하게 훈련시킵니다. 왜냐하면 배우는 무대에서 ‘온 존재’를 가지고 관객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배우의 육신, 언어, 생각, 영혼이 모두 무대에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배우가 진실하지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무대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병훈은 연출가로서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재능이 있는 배우보다는 감동시키는 배우, 최종적으로는 성스러운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성스러운 배우는 우리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모름지기 배우에게는 특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는 배우를 ‘순교자’라고도 표현합니다. 자신을 버리고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 테크닉, 상상력, 근면성을 필수 덕목으로 갖춰야 합니다. 연출가는 이 모든 덕목에 추가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배우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덕이 있는 연출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예전에 어떤 유명한 극단의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연극은 거대한 기계에 낀 작은 모래알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모래알 하나가 기계를 멈추게 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연극은, 그런 연약한 모래가 변화를 만들 수 잇다는 믿음 하나를 가지고 하는거에요.”

그는 2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별함을 설명했습니다. 그 안에는 연극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습니다. 그는 어떤 시인의 이야기처럼 ‘연극을 통해서 연극을 욕되게 하지 마라’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합니다. 그가 연출가로서 남기고 가는 발자취는 후세에 어떻게 기록될까요? 하우스토크 다시보기로 다 담을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가 가득했던 날이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