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하우스토크 | 전유정(Accordion)
  • 등록일2016.02.19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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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2월 17일(수) 8시 
출연: 전유정(Accordion)

흔해 보이기도 하고, 다소 쉬운 악기로 인식되기도 하는 아코디언. 그건 아마도 우리의 인식 속에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는 대중음악에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여기, 클래식 아코디어니스트로서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제55회 하우스토크에서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 아코디언 연주자 전유정과 함께 했습니다.

1991년생, 올해 나이 25살인 그녀는 아버지가 취미로 시작하신 아코디언을 처음 잡자마자 반주를 해 보이는 등 운명처럼 이 악기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 전, 새로운 경험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해외 생활을 계획하던 그녀에게 마침 러시아를 경험해주겠다고 제안하는 분이 나타났고, 그렇게 또 운명처럼 러시아로 떠나게 되었죠. 처음부터 유학을 목적으로 외국행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정씨의 러시아 생활은 자석의 N극이 S극에 이끌리듯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가게 된 러시아지만, 사실 러시아는 아코디언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습니다. 러시아 전통 오케스트라에는 아코디언 파트를 따로 둘 정도이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아코디언과가 발달되어 있어 기초교육부터 탄탄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코디언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스크바로 모이고 있었습니다. 그 거대한 시장, 전 세계 내노라하는 아코디언 연주자들이 모인 모스크바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불과 11개월만에 유정씨는 이탈리아 란치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10년, 2011년에 잇따라 다른 콩쿠르에서도 우승을 거두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유럽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습니다.

앞날이 탄탄대로일 것만 같은 그녀에게 유학 생활의 힘든 점을 묻자, 오히려 한국에 한 번씩 방문할 때 마다 힘들다고 느꼈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국은 아코디언에 대한 인식이 트로트를 연주하는 악기라는 데에 기울어 있어요. 연주를 하게 되면 듣는 분들이 꼭 한 번은 트로트 연주를 요구하시더라고요. 클래식 연주자더라도 그런 음악들도 다 연주할 수 있어야 프로라는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제 분야에서 제가 가진 생각과 마음을 연주에 녹여내고 싶어요. 그런데 가끔은 내가 언젠가는 돌아가 활동할 한국에서 음악을 하려면, 한국 사람이 원하는 그런 음악을 조금은 맞춰줘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걸 자각하기 시작했던 때부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고민의 골이 깊어져 한 때는 전문 연주자의 길을 접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문 연주자로서 러시아와 유럽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동시에 한국에서 아코디언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박창수 대표 역시 유정씨가 가진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많이 알려진 악기들이 대세를 이루다가, 그보다 드문 악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현상이예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음악에서도 역시 그런건데, 다양한 악기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코디언에 있어서는 정말 제대로 배운 사람이 이제 등장한 건데 그렇기 때문에 유정씨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후배들이나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들에게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그 책임감을 가졌으면 해요.”

이틀 전 열린 하우스콘서트의 연주를 보고 ‘좋은 연주자’라는 것을 직감했다는 박창수 대표는 워낙 좋은 아코디언 연주자가 없는 현실에 그녀의 등장이 반가웠다는 인사를 이렇게 토크 후반부가 되어서야 전했습니다 ^^.

무게 20 KG, 역사가 100년 남짓한, 그래서 아직도 진화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개발 중인 아코디언처럼 유정씨 역시 진화하기를 멈추지 않고 발전을 거듭하는 연주자가 되기를, 더 나아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오롯이 만들어내는 예술가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