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하우스토크 | 양성식(Violin)
  • 등록일2016.03.04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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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3월 2일(수) 8시 
출연: 양성식(Violin)

“많은 음악가를 만났지만 진짜 소리를 내는 아티스트는 드물거든요. 예전에 처음 연주를 듣고 너무 놀랐고,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대로 된 소리를 내시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콘 주인장 박창수는 지난 공연에서의 인연을 떠올리며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하우스토크 내내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와 진지한 눈빛에서는 양성식만의 절제와 예리한 관찰력, 굳은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그가 처음 꺼낸 이야기는 지난 6년간의 교수생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처음 국내 교수직을 제안받았을 때, 유학시절 방문했던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의 풍경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미국의 허허벌판 시골에 기가 막힌 음악대학이 떡하니 있는 게 너무나도 놀라웠고, 참 이상적이다 싶었습니다. 저에게 교수직을 제안해준 학교의 주변 환경도 비슷한 상황이었거든요. 교수직을 수락하면서 인디애나 주립대 같은 명문 음대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교육에 대한 큰 꿈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그가 마주하는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일구고자 했던 양성식은 수 많은 반대에 부딪치며 6년 반의 세월을 보냈고 결국은 교수직을 떠났습니다. 국내 음악대학의 안타까운 실정을 논하며 하콘 주인장 박창수는 더 넓은 범위에서 음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화두로 꺼냈습니다.

박창수는 최근, 세계적인 콩쿠르에 국내의 많은 연주자들이 입상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발전을 이루거나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연주자를 발견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의문을 던졌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양성식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음악을 위해서 음악을 해야 하는데, 음악을 통해서 누군가(Somebody)가 되겠다는 생각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자신이 꿈꾸던 그 누군가의 모습이 되지 못하면 좌절하고 어디론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의 설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기도 합니다. 4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22세라는 젊은 나이에 런던 칼 플레쉬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양성식은 메이저 기획사와 계약하며 급격하게 연주 횟수가 늘어났지만 점점 슬럼프에 빠지고 악기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어린시절 음악을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유명한 스타가 되려고 했어요. 그래서 20대 초반에 상당히 큰 갈등이 있었죠.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모든 게 풀릴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아무 것도 아닌 거예요. 거기서 허탈함을 느끼고 주저앉았어요.”

그는 슬럼프를 겪으며 음악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다시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독주 활동으로 떠밀려다녔다면 이제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연주를 통해 조화와 균형을 잡게된 것입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어느 순간 제 소리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소리를 내면서 지금 내가 내는 소리가 좋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대에 서면 청중과 연주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 있거든요? 청중이 몇 천명이던, 몇 백명이던 하나로 느껴지는 순간, 그때 정말 제 소리를 듣고 있는 순간이에요.”

양성식은 연주자로서 결과에 욕심을 갖는 것만큼이나 관객과 소통하고, 파트너와 한 마음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얘기합니다. 솔리스트로서, 그리고 에라토 앙상블의 음악감독으로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하우스토크를 통해 그의 아름다운 소리가 더 깊이있게 다가왔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