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하우스토크 | 유진규(Mime)
  • 등록일2016.04.10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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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4월 6일(수) 8시 
출연: 유진규(마임)

벚꽃이 하얗게 만개한 저녁, 이번 하우스토크는 마이미스트 유진규와 함께 했습니다. 유진규의 티 없이 환한 미소 속에는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며 키워낸 단단한 철학이 새겨져 있는 듯했습니다.

‘마임’ 하면 가볍고 즐거운 팬터마임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서양에서 마임은 대사 없이 몸짓만으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유한 예술 장르라고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탈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특히 마임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순수한 몸의 예술로 발돋움했습니다.
유진규는 우리나라에서 마임을 처음 시도한 마임 1세대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유진규는 ‘최고(最高)의 마임 배우’라는 호칭에 대해 높을 고(高)가 아니라 옛 고(古)자여야 맞다고 소탈하게 웃어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유진규는 마임을 하기 전에는 촉망받는 연극 배우였고, 또 그 전에는 동물을 돌보며 사는 것을 꿈꾸는 수의학도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왜 마임을 선택하게 되었을까요? 유진규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국사정권이 장악하고 있었던 70년대였습니다. 유진규는 당시 마치 군대처럼 강압적이고 딱딱한 대학교의 분위기에 실망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앞으로 대학교에서 4년을 어떻게 다녀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연극반에 들어갔는데, 왜 들어갔느냐 하면 사실 잘 모르겠어요. 내 안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드러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나봅니다.”

연극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 재미를 느낀 유진규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연극으로 바꿉니다. 유진규는 학교를 그만두고 극단으로 들어가는데, 바로 그곳에서 마임을 처음 알게 됩니다.

“그 극단이 연습의 일환으로 마임도 가르쳤어요. 그렇게 마임을 알게 됐는데, 마임이 연극보다 더 재미있는 거예요. 말없이 자신을 보여주는데, 그게 훨씬 더 강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철저하게 많은 사람들과 조직을 이루어야만 하는 연극에 회의를 느끼던 유진규는 치열한 고민 끝에 마임을 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수의학에서 연극으로, 연극에서 마임으로 옮겨가던 그의 선택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자유’를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네요. 그 이후로 유진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공연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한편 유진규의 작품관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크게 ‘실험적, 깊이, 그리고 끝없는 진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진규는 서양의 것이 아닌 나의 몸짓, 우리의 몸짓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활발하게 공연합니다. 또한 유진규가 마임을 선택하기까지 자신의 삶을 걸고서 진지한 고민을 했었기 때문인지, 유진규의 작품에는 그런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나는 왜 사느냐’는 문제는 삶 속에 떠나지 않는 질문이에요. 뭘 하더라도 늘 작품 속에 그 질문이 들어가 있어요. 작품을 통해서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삶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거죠.”

한편, 하우스 콘서트 주인장 박창수는 유진규의 작품이 매번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유진규는 연극 배우일 때의 경험을 하나 소개했습니다.

“극단 에저또에 있었을 때 방태수 선생님한테 배운 게 ‘예술은 계속 파괴되어야 한다. 정형화된 순간 이미 예술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라는 거였어요. 스스로에게 ‘예술가의 자세는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 것 같아요.”

유진규는 매 작품마다 이전의 구조를 없애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과정이 어떨 때는 굉장히 자신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바로 그런 치열한 고민 덕분에 그의 새로운 작품이 더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마임 세계를 가진 예술가로서, 활발하게 관객들과 만나는 배우로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춘천마임축제(구 한국마임페스티벌)’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유진규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