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하우스토크 | 허원숙(Piano)
  • 등록일2016.05.11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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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5월 4일(수) 8시 
출연: 허원숙(Piano)

제63회 하우스토크는 피아니스트 허원숙과 함께 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분들과 함께한 지난 하우스토크는 그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경험과 진솔한 심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피아노에 대한 허원숙의 애정과 진지한 고민에 조용~히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허원숙은 바이엘 책 마지막 장에 붙어 있었던 종이건반으로 피아노를 처음 연습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게 된 것은 1967년, 아버님이 피아노를 사주신 이후였는데요, 피아노 사에서 함께 준 ‘호두까기 인형’ 악보를 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한다는 게 여기까지 왔다고 하네요. 허원숙은 피아노 공부를 계속하면서 ‘피아노를 정말 잘 쳐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유학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에게 유학 시절의 키워드는 ‘연습’ 이었습니다.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시간이 아까우니까) 점심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면서 서서 먹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시간은 12시간이었는데, 아주 작고 정교하게 쳐야하는 부분은 따로 모아놓고 오전이나 늦은 밤에 연습했어요. 그렇게 하루에 14시간을 꽉 채워서 연습했어요.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으니까, 어떤 게 헛된 연습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지름길을 알려줄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이처럼 그의 연습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남다른데요, 교수로서, 또 연주자로서 허원숙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연습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써준 편지를 처음 열어 본다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악보를 봐요. 그렇게 악보를 바라보면 작곡가의 의도를 아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사실은 피아노 치는 사람에게는 그게(방에서 길게 연습하는 ) 감옥이 아니니까 동안 하는 거예요. 저는 그래서 하루 종일 피아노랑 놀아요. 피아노랑 50 놀았죠. 연습이 직업인거예요. 그리고 아주 가끔씩 무대에 서는 거죠. 그게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쉰여덟이라는 나이에 교수를 겸하면서 아직까지도 훌륭한 연주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300년 전부터 악보에 적혀 있었던 것을 오늘 깨달았다‘며 기뻐하고 감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피아노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연습을 즐기는 것이 느껴집니다.
 
한편, 허원숙은 암 투병과 손 부상을 겪으면서 삶의 변화를 또 한 번 맞게 됩니다. 피아노를 다시는 못 칠 뻔한 고비를 넘기면서 연주가 크게 변하는데요, 그는 그 변화가 꼭 피아노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하네요.
 
“그 다음부터 피아노를 살살 달래가면서 치는데, 제 연주가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연주를 할 때 100%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컵에 물을 꽉 채워서 이동을 하려면 다 쏟고 흘리잖아요. 저는 그동안 피아노에 소리를 있는 대로 집어넣어서 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때 ‘100%가 아니라 95%만 소리를 내야지’ 하고 깨닫게 된 거죠.”
 
이렇듯 40여 년이 지나도록 끊임없이 발전하며, 아름다운 음색을 얻게 된 허원숙은 최근에도 전환기를 맞아 열심히 음악에 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번 하우스토크에서는 유학 시절부터 다져진 허원숙의 꼼꼼함과 치밀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이고, 유쾌한 면모도 무척 크게 다가왔습니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전환점을 중심으로 그녀가 살아온 삶과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긴 연주회를 한 듯 마음이 뜨거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