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하우스토크 | 이만방(작곡)
  • 등록일2016.07.31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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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7월 27일(수) 8시 
출연: 이만방(작곡)

지난 제70회 하우스토크는 작곡가 이만방과 함께했습니다.

현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이만방은, 그의 예술성과 더불어 ‘한국적인 것,’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예전의 강인함은 유해졌지만, 삶에 대한 그의 통찰은 여전히 날이 선 듯 예리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와 가치관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이만방은 최근까지 숙명여자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했는데요, 반갑게도 하우스콘서트 강선애 매니저의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잘 키우셨다’는 하우스콘서트 주인장 박창수의 말에 이만방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키운 것이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컸겠죠. 세상에 모든 생명체는 자아가 있고, 자기만의 에너지가 있거든요. 선생이 (자아를) 키워 주는 게 아니라, 자기가 그걸 싹 틔워서 세상에 내 놓는 거죠. 단, 선생이라는 건 먼저 살아간 사람으로서 새싹을 틔울 시기를 살펴봐주는 사람이에요. 가끔 학생이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때 기대게 해주는 사람이 선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제자 사랑이 흠뻑 느껴지지요? :) 학생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교육자로서의 이만방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그의 작품세계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 역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50대에 암 투병을 한 뒤, 작품에서의 변화를 맞게 됩니다. 그의 철학이 보다 구체적이고, 뚜렷하게 표현되기 시작합니다.
“’아미타’라는 작품을 쓰기 전까지는 우리 음악이 무엇인가 많이 고민했고, 어떻게 하면 기술적, 형식적인 면에서도 우리 음악이 될 수 있는가 고민했죠. 유학 기간에는 서구적인 재료로 한국 음악을 쓰는 데에 집중했지만, 서구 사람에 비해서 내가 쓸 수 있는 음악적 기술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아미타 작곡 후)에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서구와 비슷한 수준에 와있다고 생각해요. 단 이제부터의 문제는 정체성이죠. 자기의 고유성을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그 사람의 세계는 그 사람이 있는 지역의 정체성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는 한국의 고유성을 탐구하면서 서구적인 기술을 의도적으로 버리려는 노력을 하는데요,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서구적인 선율, 형식이나 구조에서 벗어나려고 무척 노력하며 작품을 쓴다고 합니다.
 
이만방은 “자신이 아닌 것은 철저하게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토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최근에 어떤 작곡 세미나에 참석했어요. 상당히 많은 작곡가들이 자기의 작품을 설명하더라고요. 보니까, 작품의 완성도에 있어서만큼은 윗세대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요. 다양하고요. 그런데 ‘이 사람들 전부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한국이 아니라 세계 어느 지역의 음악을 흉내낸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최고라고들 하는데, 그게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나만의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거든요. (...) 자기를 만드세요. 자기만의 노하우를 통해서 세련된 모습이 되어 가요. 그게 최첨단이고, 가치 있는 것이에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정체성, 나아가 한국 문화만의 고유성을 치열하게 탐색하고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아무리 어설프더라도,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 정말 가치 있다는 것이지요. ‘남들을 따라하기’에 익숙한 사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소중한 이야기였습니다.